학술성과/논문

조해일 소설 『겨울여자』에 투영된 계급적 공간 인식과 정치성

인문미래연구소 2022. 12. 26. 13:43

유신, 개발독재, 반공, 대중문학 등은 1970년대 문학을 논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전제해야만 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요소들은 하나로 전체를 모두 다 설명할 수 없으며 상호 관련성 속에서 연계된 특징들을 파악해야 실체가 보인다는 특징을 가진다. 197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소설이자 베스트셀러인 조해일의 󰡔겨울여자󰡕는 이 같은 다양한 속성이 복합적으로 투영된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본고는 조해일의 󰡔겨울여자󰡕를 인물과 공간, 시대적 상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새롭게 독해하려고 하였고, 그 결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공간은 철저하게 1970년대 한국 사회의 현실이 추구하던 당대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상하고 있었다. 각 남성인물들의 공간은 특히 여주인공인 ‘유이화’와의 만남에 따라 표면적 상징을 탈피하고 이면의 속성을 드러내는데, 1970년대적 한국사회의 표면적인 가치가 추구하는 정비례적인 성장과 지향은 그녀에 의해 전도되는 반비례의 그래프로 뒤바뀐다. 이는 작가가 표면에 감춰진 이면의 상징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가 투영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유이화’라는 인물이 지닌 여성성이 시대의 허위를 밝힘에 있어서 중요한 단초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남성인물들의 이중적 가치가 허위로 증명되는 것처럼, 그녀가 자발적으로 허위의 공간을 벗어나 실천을 향한 가출을 선택하는 것은, 그녀의 표면적 가치 역시 공간을 벗어나고 새롭게 찾음으로써 다시 명명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