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성과/논문

20세기 초 한국과 베트남의 근대 지리 담론 수용 비교 연

인문미래연구소 2024. 1. 4. 13:54

이 논문은 20세기 초 베트남의 『육성신문(Lục Tỉnh Tân Văn 六省新聞)』과 대한제국의 학회 및 협회지를 대상으로 하여, 근대 지리 담론이 어떻게 양국에 수용되었는가를 비교 연구하였다. 베트남의 『육성신문』에는 수십 편의 기행문과 지리 담론이 투영된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은 프랑스 식민정부의 근대화의 논리를 옹호하거나 국토 개발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에 집중하였다. 이에 비해 대한제국의 지식인들은 근대 지리학을 과학의 한 분과로서 이해하여 계몽을 위한 지식으로 소개했는데, 지리 담론은 서구식 근대화를 위해서는 국토를 개발하고 식산을 위해 발전시켜야만 한다는 논리를 위해 주로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에는 자국의 국토와 자국민의 태도를 비판해야만 근대적 계몽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었는데, 이는 결국 서구 열강들의 지배 논리와 큰 차이를 지니지 못했다. 자기부정의 논리에서 출발한 근대 지리 담론의 수용은 국토의 효용성에 대한 부정, 국민의 나태함에 대한 부정의 논리로 이어졌고, 베트남과 대한제국 모두 열강의 지배 논리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전파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 같은 이식된 지리 담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가능해진 것은 식민 지배를 본격적으로 받은 후, 개발의 실체가 수탈이었다는 것을 목격하고 체험한 뒤에나 가능했다. 그것은 식민지민 스스로 자국의 국토와 인민, 역사를 긍정하고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돼야 했던 것이다.